연구&발제

[발제]권리로서의 기본소득: 쟁점과 이해(1편)

[편집자주] 본 글은 정책연구모임인 여의도포럼에서 토론한 내용으로, 벨기에 반 파레이스 교수의 [21세기 기본소득]과 한신대 강남훈 교수의 [기본소득의 경제학]을 발제한 내용입니다.

 

1.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심사나 노동요구 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은 세 가지 점에서 기존 최소소득보장(기초생활보장) 제도와 다르다. 첫째, 기본소득은 가구 단위로 지급되지 않고 개인 단위로 지급된다. 둘째, 다른 원천 소득과 상관없이 지급된다. 셋째, 특정한 노동이나 제안되는 직업을 수용할 의사를 요구하지 않고 지급된다. 이상 정의에서 ▲개인들에게 지급된다 ▲부자에게도 준다 ▲대가로 무엇인가 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기본소득이 가진 세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진 정책으로 조금 더 구체화된다. (1) 정기적 지급 (2) 현금 지급 (3) 개별성 (4) 보편성: 자산심사가 없다 (5) 무조건성: 노동이나 노동 의사 요구가 없다.

이 정의에서 몇 가지 주목할 게 있다. 우선 기본소득 금액이 최소생활을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커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 따라서 기초생활 보장이 안 되는 낮은 수준의 소득도 기본소득 정의에 포함된다. 이런 기본소득을 흔히 부분 기본소득(partial basic income)이라 부른다.

다음으로 모두에게 같은 금액이라는 조건이 없다. 그러므로 자산심사가 없고, 개인적으로 지급되고, 대가로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으면 나이별로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소득에 포함된다. 따라서 65세 이상에게는 월 30만 원, 그 이하에게는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것도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대부분 나라에서 한꺼번에 도입되기 힘들다. 따라서 모든 연령대 사람이 아니라 일정한 연령대 사람들부터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현실적일 수 있다. 이렇게 일정한 연령대에 한정해서 지급되는 소득도, 그 연령대 내에서 세 조건이 충족되면 기본소득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보편적 아동수당, 보편적 노인 기초연금은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 범주에 속한다. 영국이 실시하는 아동수당은 첫째 아이와 둘째 이후 아이 금액이 다르지만, 자산심사나 노동조건이 없으므로 기본소득에 속한다. 우리나라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이재명 시장이 제안한 청년 배당은 기본소득에 속한다.

기존 복지국가에서 점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때, 기존 복지가 기본소득에 의해 대체되면서 일부 계층에 대한 복지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다른 사회 서비스(현물 기본소득을 포함)와 함께 제공되어야 하고, 물질적 빈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또 기존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때 중산층과 저소득층 처지가 개선되어야 한다. 다른 모든 사회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소위 극단적이고 우파적인* 기본소득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결의는 사회 서비스 중 현금이 아니라 현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판 파레이스의 현물 기본소득 논의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런 극단적인 우파적인 기본소득 제안을 실제로 제안한 사람은 없다. 우파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기존 사회복지를 간소화할 수 있는 것을 간소화하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말한 정도이지 모든 사회복지를 없애자고 주장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이런 극단적인 우파적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을 공격하는 구실이 되어 왔다.

 

2.철학적 근거

기본소득은 철학적으로 여러 가지 방향에서 정당화 된다. (1)첫째는, 생활권이다. 우리 헌법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34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활권으로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면, 빈곤탈출이 기본소득이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된다.

그러나 생활권만으로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부자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를 별도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만 소득을 보조해 주면 빈곤탈출이 더 빠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다. 그러면 기본소득은 권리가 아니라 시혜가 된다.

(2)둘째로, 기본소득은 자유권1에 근거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 필립 판 파레이스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유는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기회)이 있어야 실질적 자유가 된다. 실질적 자유를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

*판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을 자유를 실현할 수단 또는 기회로 본다. 기회는 최소극대화의 원리에 따라 최대한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토지, 환경, 천부적 재능, 직업 등 공유자산에 대한 공동소유자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유권을 평등권 및 재산권과 연결한다. (Van Parijs, 1995)

 

다른 한편으로 공화주의적 자유를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집단의 임의적인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는”(Raventόs, 2007: 99) 상태로 규정한다.* 흔히 공화주의적 자유를 비지배 자유라고 부른다. 기본소득은 비지배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Pettit, 2007)

*공화주의에서는 법률에 의한 간섭은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진하는 것으로서, 간섭 자체를 자유에 대한 구속으로 간주하는 자유주의와 구별된다. 

 

(3)셋째로, 기본소득은 평등권2에 근거해서 정당화할 수 있다. 우리 헌법에는 전문(“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과 제119조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에 평등권이 규정되어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이러한 평등권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규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소득이 경제활동에 따른 결과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조건도 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 없는 사람은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건강을 유지할 수 없어서 그다음 경제활동을 하는 출발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최소한 소득과 그 이상 소득을 구분하여 최소한 소득은 기회의 평등을 위해서 모든 사람에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4)넷째로,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화는 재산권이다. 기본소득은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자연 상태에서 토지는 인류의 공유재산이었으며, 문명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공유재산으로 남았을 것이다(Paine, 1797). 사람의 노력과 관계없이 인간에게 주어진 토지, 환경, 천연자원 등은 공유재산이 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사람이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의 여러 세대에 걸친 공동 작업의 결과로, 특정한 개인에게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것도 공유재산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문화, 지식, 제도, 관습 등이 있다. 최근 4차산업 혁명이 전개되면서 가장 중요한 공동재산으로 지식이 주목받고 있다.

 

3.기본소득을 주장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경제학 분야는 다른 학문 분야와 비교하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저명한 학자들이 예상외로 많다. 다음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중에서 기본소득을 강하게 또는 약하게 지지한 사람들이다.

 

가. Jan Tinbergen

1934년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basisinkomen”). 네덜란드 노동당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했다.

 

나. Friedrich Hayek

1944년 책(『예종에 이르는 길(Road to Serfdom)』)에서 최소소득이라는 안전망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다. George Stigler

밀튼 프리드먼과 함께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지지했다. 음의 소득세는 엄밀하게 말하면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재분배 효과가 기본소득과 동일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 중 한 가지 형태로 간주된다.

 

라. Milton Friedman

밀튼 프리드먼은 1962년(『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에서 음의 소득세를 주장했다. 음의 소득세는 가난 문제를 직접 다루고, 가난한 사람이 가장 필요한 현금을 주는 것이고, 일반적이고, 기존 다른 많은 복지를 대체할 수 있으며,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잘 드러낸다. 그것은 시장 바깥에서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 그는 닉슨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닉슨 대통령이 기본소득 법안을 제출하는 데 이바지했다. 1980년 책(『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에서 다시 음의 소득세를 주장했다.

현재 복지제도가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데 반해 음의 소득세는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최저 수준을 확보해 준다. 그것은 인간적이고 효율적이면서 개인 성격, 독립성, 개선하려는 유인에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다.

2002년에 다시 음의 소득세를 주장했다.

 

마. Gunnar Myrdal

삼중혁명 위원회 각서에 서명했다. 삼중혁명 위원회는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공개각서를 보내는 등 최소소득 보장 활동을 했다. 삼중혁명이란 사이버네틱 혁명, 군수산헙 혁명, 인권 혁명을 말한다.

 

바. Paul Samuelson

1968년 봄 제임스 토빈(James Tobin), 폴 사무엘슨(P. Samuelson), 존 갈브레이쓰(J. Galbraith) 등과 함께 기본소득 청원을 조직했다. 청원서에는 1,200명이 넘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서명했다.

 

사. James Tobin

소위 토빈세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논문들을 썼고, 1968년 기본소득 청원을 조직했으며, 맥거번(George McGovern) 대통령 후보 측 기본소득 공약을 만들었다.

 

아. Robert Solow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제안한 소득보장 프로그램 위원회에 참여했고, 1969년 위원회에서 기본소득 보장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01년 필립 판 빠레이스의 논문을 둘러싼 기본소득 논쟁에서 기본소득을 적극 지지했다.(Van Parijs, 2001)

 

자. James Buchanan

기본소득이 정치적으로 실현될 수 있고 정의라는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공공선택 이론에 근거해 설명했다.

사람들의 소득에 대한 선호는 단봉 선호(single peaked preference)이고, 모든 나라에서 중위소득은 평균소득보다 낮으므로, 1인 1표의 민주주의하에서 기본소득은 정치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평률세(비례세)에 기반을 둔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사람에게 비례적인 부담을 지우므로, 소수자(부자)를 과도하게 착취할 위험이 있는 과반수 민주주의에 따른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공정한 정책이다. (Buchanan, 1997)

 

차. Herbert Simon

사이먼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린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다트머스 대학 워크숍을 조직한 사람의 하나이다. 컴퓨터학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튜링상도 받았다. 그는 모든 소득에서 90%는 남의 지식을 활용한 대가이므로, 90% 평률세로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약간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 모든 소득에 대해서 70% 평률세율로 과세해서 기본소득으로 재분배하자고 주장했다. (Simon, 2000)

 

카. James Meade

제임스 미드는 평생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1935년 『노동당 정부를 위한 경제정책 개요』에서 조세 수입을 통해 우선 사회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나중에 사회배당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계획과 가격 가구: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의 해결(Planning and Price Mechanism: Liberal-Socialists Solution)』에서는 윌리엄스(Juliet Rhys Williams)를 최초 기본소득 정책 옹호자로 소개했다. 1972년 옥스퍼드 대학 강연과 1975년 『지적 급진주의자의 경제정책 안내』에서도 기본소득을 다루었다.

1989년 『아가쏘토피아: 파트너쉽 경제(Agathotopia: The Economics of Partnership)』에서부터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좋은 사회를 아가쏘토피아라고 부르면서 좋은 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을 그렸다. 이 책 개정판은 1993년에 출판된 『자유, 평등과 효율(Liberty, Equality and Efficiency)』이라는 책 제2부에 포함되어 있다. 1989년에 쓴 「느림의 찬양: 환경을 공유 국가자산으로 취급하는 아가쏘토피아(In Praise of Slowth: or The Agathotopian Treatment of the Environment as a Common National Asset)」라는 논문에서는 환경을 국가가 공유자산으로 소유해서 민간에 임대하고, 그 임대료 수입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아가쏘토피아 모형을 만들었다.

1991년에는 「새 유럽의 건설: 국가적 다양성 대 대륙적 통일성(The Building of New Europe: National Diversity versus Continental Uniformity)」이라는 강연에서는 유럽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1995년에 출판된 『완전고용은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는 아가쏘토피아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완전고용과 적절한 소득분배를 달성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타. James Mirrlees

최적조세이론을 연구하였다. 공리주의적 원칙에 따라 누진세를 옹호하려고 하였으나, 소득세가 불평등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누진소득세 대신 평률세와 음의 소득세를 결합할 것을 주장하였다. (Mirrless, 1971)

 

파. Vernon Smith

이라크 전쟁에서 후세인을 체포하였을 때 버논 스미쓰는 알래스카 기본소득처럼 이라크에서도 영구기금을 만들어서 기본소득 배당을 시행하라고 공개적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공공자산은 직접 민중에게 속하고, 공공의 이름으로 매개적인 정부의 소유 없이도, 개인의 편익과 자유 선택을 증진하기 위하여 관리될 수 있다는 혁명적 원칙을 수용하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고, 그 장소가 바로 이라크이다.” (Smith, 2003)

 

하. Robert Shiller

창업에 대한 가장 큰 장애는 창업에 따르는 리스크일 것이다.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는 리스크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기술진보는 경제에서 리스크롤 증가시키고 소득 분배를 악화시킨다. 기술에 따라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기술로 인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기술발전이 무조건 공황을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술발전이 많은 사람에게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리스크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꿈을 실현하는 것을 방해한다. 혁신과 창업을 저해한다. 도덕적 해이를 낳고 소득 불평등을 강화한다. 그러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해서 기술 발전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리스크는 적절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생계보험(Insurance for Livelihoods and Home Values), 거시시장(Macro Markets), 소득연계대출(Income-Linked Loans), 불평등보험(Inequality Insurance), 세대 간 사회보장(Intergenerational Social Security), 리스크 관리 국제협약(International Agreements for Risk Control) 등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Shiller, 2003)

쉴러는 부의 소득세 정책이 리스크를 줄이는 사회보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게으름을 부추길 수 있다는 대중이 가진 선입관을 깨뜨리는 것이 과제라고 판단, 참여소득(participatory income)으로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Shiller, 2003: 256) 그러면서 그는 선별적 최소소득 보장 정책이 게으름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나라들이 게으름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대중의 우려 때문에, 다소라도 노동을 장려하는 정책 대신에 채택한 정책이, 최소소득 보장을 받는 사람들이 일하는 것에 벌을 줌으로써 바로 게으름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Shiller, 2003: 256)

 

거. Paul Krugman

“중산층 사회-일을 열심히 하는 한 쾌적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최소소득도 보장해야 한다. 자본소득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노동소득보다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 안전망에 지출되어야 할 것이다. (“Sympathy for the Luddites”, 2013. 6. 13 New York Times)

 

너. Joseph Stiglitz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기본소득은 해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BIEN news, 2016. 12. 29) 

 

더. Christopher Pissarides

피사리데스(Sir Christopher Pissarides)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파이는 커지지만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본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보상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시장에서 뒤처지는 사람에게로 재분배하는 정책. 보편최소소득(universal minimum income)은 그런 정책의 하나이다.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사람들이 갖는 노동유인을 없애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정책이다.”

 

러. Angus Deaton

리스크가 커지면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매월 정기적으로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수표를 지급하는 것이 해결 방법의 하나이다.

 

4. 기본소득의 특징: 세 가지 기본소득 역설

 

가. 중산층을 순 수혜자로 전환

기본소득은 조세를 걷어 모든 사람에게 1/n로 소득을 나눠주는 간단한 정책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비례세)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중산층을 순 수혜계층으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은 중산층을 순 부담자로 만들지만, 기본소득은 중산층을 순 수혜자로 만든다.

여기서 기본소득 아래에서 중산층이 순 수혜자가 된다는 특징은 소득분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산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이 별로 차이가 없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간 차이가 크다면 기본소득 아래에서 중산층이 순 부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된 결과 모든 나라에서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차이가 매우 벌어졌기 때문에 기본소득 아래에서 중산층이 순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결국, 선별소득 보장이냐 기본소득이냐 대립은, 선별소득보장과 동등한 기본소득이냐 다른 기본소득이냐 대립이다. 저소득층만을 순 수혜자로 만들고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순 부담자로 만드는 기본소득 정책이냐 아니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순 수혜자로 만들고 고소득층을 순 부담자로 만드는 기본소득 정책이냐 대립이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산층은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계속 처지가 나빠지고 있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이다.

 

나. 재분배의 역설: 중산층 정치

코르피 교수와 팔메 교수는 선진국들 복지제도를 조사해 재분배 역설 현상을 발견했다. (Korpi and Palme, 1998). 그것은 저소득층에 집중해서 복지를 주는 나라일수록 저소득층에게 적은 금액이 재분배된다는 현상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줄수록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한 것이다.

코르피와 팔메는 이런 재분배 상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를 다음 식으로 설명햇다.

저소득층에게 재분배되는 금액 = 저소득층 집중지수 × 복지규모

위 식에서 복지규모가 일정하다면 저소득층 집중지수가 클수록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재분배된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게 집중하면 중산층이 복지규모를 키우는 것에 반대한다. 복지규모가 작아지면 저소득층에게 재분배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보편적으로 나누어주면 중산층이 복지 규모 확대에 찬성해서 복지규모가 커진다. 그러면 저소득층에게 재분배되는 금액이 커진다. 코르피와 팔메는 로빈 후드 정책보다 마태 정책이 가난한 사람에게 더 유리하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재분배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그렇다. 1997년 도입된 기초생활수급제도는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수급대상자가 확대되지 못하고 아직도 시작할 때의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무리 부양의무자 조건 폐지를 외쳐도 정부가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서 2009년에 김상곤 교육감에 의해서 시작된 무상급식은 1년 만에 전국으로 다 퍼졌고,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공약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올해부터 가난한 사람 배당을 시작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이 대선 공약으로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산층을 수혜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형태를 띤 복지는 확대가 빠르고,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선별복지 형태를 띤 복지는 확대가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편에 계속]

[2편 링크] [발제]권리로서의 기본소득: 쟁점과 이해(2편)

 

정리 ■ 또바기 기획팀

  1. 자유권은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며, 국가에 대한 개인의 방어적, 소극적 공권이다.
  2. 평등은 법의 이념인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한국 헌법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1항)라고 규정한다. 평등권은 여러 차원에서 실현되는데, 국민은 능력과 그밖의 개인의 조건에 관계없이 국가로부터 같은 취급을 받는 절대적 차원에서의 평등,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그리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상대적 차원에서의 평등, 국가가 스스로 개인에게 평등한 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생활의 조건을 갖추어주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사실적 평등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절대적 차원은 보통 평등선거로, 상대적 차원은 능력에 따른 차별, 사회적 차원은 교육을 받을 권리, 노동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으로 실현된다.